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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와 수복 종묘는 이중의 담장으로 둘러 싸여 있다. 바깥쪽 담장과 정문에 수문을 지키는 군인이 있으며, 그 안쪽에 관원이 기거하는 사무실과 제향 때 제관과 집사자들이 묵는 재실(齋室)이 있다. 반면 종묘 안쪽 담장은 정전(正殿)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 안쪽에 정전과 공신당(功臣堂), 칠사당(七祀堂), 그리고 수복방(守僕房)이 있었다. 수복방은 종묘 정전을 지키는 수복(守僕)이 상시로 거처하는 곳이다. 조선시대 수복은 나라의 제단과 사묘(祠廟), 능침(陵寢) 등을 지키는 관노(官奴)를 가리킨다. 고려시대에는 이들을 ‘상소(上所)’라고 불렀는데 조선에서는 1438년(세종 20) 그 명칭을 수복으로 변경하였다. 수복이란 용어는 의 에 나오는 ‘수조(守祧)’와 에 나오는 ‘예복(隸僕)’의 합성어인데 모두 선왕과 선공.. 2021. 10. 10.
소의 해, 신축년 2020년을 맞이하여 어릴 때 미술 시간에 사용하였던 크레파스에는 ‘살색’이 있었다. 그땐 사람들의 살색이 모두 그 색인 줄 알았다. 깜상이란 별명에도 불구하고 나의 얼굴을 그릴 때엔 그 ‘살색’을 칠하였다. 황인종의 피부색을 가리키던 ‘살색’은 인종차별적이라 하여 연주황색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살구색이라 부른다. 누군가 붉은색 살구를 만들어 낸다면 어떻게 될까? 무슨 색이든 이를 바라보는 우리는 사회적 학습과 경험 속에서 이를 판단하고 명명한다.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하여 또 하나의 색깔을 생각해본다. ‘한우’라 말을 들으면 ‘황우(黃牛)’가 생각난다. 젖소와 황우만 알던 시기 얼룩소는 젖소였고 서양 소였던 반면 한우는 황우로만 여겼다. 그런데 정지용의 향수에 나오는 얼룩소가 칡소를 가리킨다는 것, 그리고 한우에는 황우,.. 2021. 2. 5.
조선시대 흑우(黑牛)에 관하여 조선시대 국가 제사에 사용된 희생으로는 소, 양, 돼지가 있으며 이 중에서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에 사용되었던 흑우(黑牛)가 가장 중요시되었다. 본 연구는 조선시대 제주도에서 중앙 정부에 진상하였던 흑우(黑牛)의 현황과 관리, 그리고 제향 중 진설(陳設) 등을 고찰하였다. 먼저 조선후기로 갈수록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다른 진상품과 달리 흑우의 진상은 그 수효가 늘었는데 그 원인을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5대의 선왕을 모신 오묘제(五廟制)로 시작한 종묘는 후대에 갈수록 제사 대상이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흑우가 필요하였다. 이는 세대(世代)의 자연적인 증가만이 아니라 불천지위(不遷之位)가 늘어난 결과였다. 제주에 부가된 흑우의 수가 늘어난 또 다른 요인은 국왕의 친행(親行) 기우제 때문이었다. 한.. 2020. 10. 5.
신을 위한 음식의 봉헌 : 혈식·소식·상식 음식을 통한 조상과의 만남.. 장소 따라 제사 메뉴 달라져 ‘먹방’이란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예전에 비해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이 다양해져 만드는 것뿐 아니라 직접 먹는 모습을 가지고 서로 경쟁하듯 맛을 전달한다. 그 많은 음식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한다. 매일 가족에게 무엇을 먹일까를, 점심 때 직장 동료들과 어느 식당으로 갈지를 생각한다. 누구와의 만남엔 음식이 끼어있기 마련이다. 스쳐가는 사람에게도 밥 한번 같이 먹자고 약속 아닌 약속을 하면서 헤어진다. 음식을 매개로 한 만남은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다. 제사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이 제사에 대한 추억을 제상의 제물(祭物)을 통해 떠올리듯 제사는 음식과 밀접하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제상의 음식은 더욱더 돋보였다. 음식의 향내는 신.. 2020.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