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왕릉5

묘비(墓碑)와 탑본(搨本) : 돌에 새기고 종이에 베끼는 문화 새로운 책이나 논문이 있으면 무턱대고 복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작권이 뭔지도 모르는 시절 읽든 말든 복사부터 해야만 마음이 편했다. 도서관에서 원서를 빌려 읽으며 독서카드에 일일이 베끼고 메모하고 반납하던 시기와 다른 모습이었다. 도서관의 책은 카피를 위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시절이 지나고 이젠 종이에 복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사람들은 PDF파일로 책과 논문을 저장하고 복사한다. 복사는 현대 문화의 특징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원본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등본도 필요하고, 복사본도 필요하다. 대중들은 카피를 원한다. 인쇄 기술의 발달이 지식의 대중화를 가져왔던 것만큼 복사기의 발명도 지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복사기가 나오기 이전에는 원래의 모양 그대로 베끼는 것이 신기(神技)에 속했을 것이다... 2019. 8. 18.
숭릉의 정자각 왕릉을 답사하면 명당의 좋은 땅에 목재 건축물과 석물을 만나게 된다. 명당이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다. 좋은 기를 가득 가진 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저 좋은 곳이라 알려진 곳을 자주 보고 느낄 따름이다. 좋은 땅을 찾게 되면 혈처에 좌향을 적어 표시한 후 본격적인 왕릉이 조성된다. 이때 작업을 구분해 보면 먼저 나무를 베고 땅을 파고 고르는 일과 먼 곳에서 석재와 목재를 가져오는 일이 있다. 이 일은 기초이면서도 힘든 일이다. 즉, 많은 인력들이 들어간다. 백성들의 힘을 가장 많이 빌리는 것들이다. 두번째로 본격적인 건출의 일인데 이를 목재 건축, 회축, 석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목재 건축물은 정자각, 수복방, 수라간, 비각, 재실 등이 있다. 그 중에서 당연 으뜸은 정자각이다. 정자각.. 2017. 4. 9.
신이 좋아하는 음식, 인간이 좋아하는 음식 신(神)이 좋아하는 음식, 인간(人間)이 좋아하는 음식. 이욱 많은 사람에게 제사에 대한 추억은 제상에 올려진 제물(祭物)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제상의 음식은 어린 마음을 혹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부엌에서 나는 음식의 향내는 신을 부르기에 앞서 산 자의 후각을 깨웠으며, 희미한 촛불 아래서도 과실과 떡, 고기 음식은 빛을 발했습니다. 굶어죽은 사람도 아닌데 조상들은 왜 그렇게 먹거리에 집착할까? 신이 정말 먹는 것일까? 음식이 없는 제사가 가능할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제사를 바라보면 제사의 전반적인 과정이 음식과 연관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국가 제사에서도 제물을 준비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장서각에 소장된 자료 중에는 제물에 관한 내용이 습니다만 그 중에서.. 2014. 10. 5.
삼척 준경묘와 영경묘 삼척에 있는 준경묘를 처음 찾았을 때, 마치 수줍은 색시가 자신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겹겹히 둘러싼 숲길을 걸어 그 모습을 마주대할 때 호기심과 기쁨이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높은 소나무 숲속 외로움의 나날들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온 아늑함과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준경묘는 태조 이성계에게 5대조가 되는 이양무(李陽武)의 무덤이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영경묘가 있는데 이는 이양무의 부인 삼척 이씨(李氏)의 무덤이다. 준경묘는 워낙 명당 자리로 유명해 풍수 연구자들의 주요 답사 코스 중 하나이다. 500여 년의 조선 왕조를 낳은 어머니 같은 땅이다. 그러나 내가 이 준경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은 무덤이 가져다준 종교 현상이었다. 준경묘의 존재는 조선초기부터 알려졌다... 2014.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