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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혼례

조선후기 후궁(後宮) 가례(嘉禮)_ 숙의 김씨

by 갈뫼길 2009. 1. 3.

淑儀 金氏(1669-1734)의 혼례

  • 숙의 김씨는 金昌國의 딸인데, 김창국은 당시 영의정이었던 김수항의 조카였다. 당시 숙종은 재위 11년이 지났지만 儲嗣가 없으므로 淑儀를 두고자 하였다. 이에 1686년 3월 19일에 초간택, 3월 23일에 재간택, 3월 28일에 삼간택을 하였다. 삼간택에서 최종 선정된 김씨는 곧바로 별궁으로 옮겨졌으며 4월 29일에 獨牢宴을 거행하였다. 숙의로 입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11월에 貴人으로 승격하였다.
  • 당시 숙의 가례를 준비하는데 인조대 貴人 長氏의 간택을 참조하고자 하였지만 남아있는 자료가 없었다. 그리하여 內間에서 고사를 수집하거나 나이든 궁인에게 물었는데 숙의를 간택할 때 處子單子는 ‘음관, 생원, 진사, 유학’에게만 받았고, 삼간택 날에 간택된 후궁은 별궁에 나아가 있다고 한 달 뒤에 입궐시켰다고 하였기에 이에 의거하여 거행하였다. 또한 鄭太和(1602∼1673)의 일기에 숙의 장씨를 嘉禮廳 都廳이 본가로부터 이현궁으로 데리고 나아갔다는 글을 통해 가례청을 설치하였다. 그외 의례상에서 숙의 김씨의 가례를 살펴보면 다음 세 가지에 주목할 수 있다.
  • 첫째, 獨牢宴이 거행되었다. 예조에서는 을해년 귀인 장씨가 입궐할 때 별궁에서 독뢰연을 거행하였고, 이때에 ‘首餙, 黑色圓衿을 입었다고 보고함에 따라 이에 준하여 독뢰연을 마련하였다.
  • 둘째, 대비전과 중궁전에 조현하는 의식이 있었다. 당시 의거할 문서가 없었지만 “숙의는 곧 내명부의 하나이므로 입궐할 때 조현의 예가 없을 수 없다”는 신하들의 논의를 따라 왕이 결정하였다.
  • 셋째, 당시 논의는 되었지만 시행되지 않은 의식으로 입궁 전에 숙의에게 ‘예물을 보내는 일[送禮之事]’이 있었다. 1787년 4월 10일 예조는 숙의를 간택한 후 예물을 보내는 예절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예문에도 실려 있지 않고, 근거할 사례도 없어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신들에게 의논하여 정할 것을 청하였다. 이때 김수항과 남구만의 의논은 후궁의 가례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 김수항은 <<통전>>에 나오는 사례를 통해서 후궁에게 예물을 보내는 사례는 없지만 책례를 행하였다며 본받을 만한 예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후궁의 예에 빙례가 없는 것은 왕후와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빙례는 혼인의 절차인 반면 책례는 혼인과 밀접하지만 혼례의 본질적인 내용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후궁의 가례에 빙례가 없고 책례만 존재한다는 것은 불완전한 예식임을 의미한다. 김수항은 불완전한 의식이지만 책례를 모방할 뜻을 보여주었다.
  • 반면 좌의정 남구만은 고대 경전에 후궁에 대한 빙재는 보이지 않으며, 김수항이 언급한 위 나라의 책례 역시 지금 따를 만한 예식은 아니라며 새로운 예식의 제정을 반대하였다. 다른 대신들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숙종은 이를 받아들여 빈의 집에 예물을 보내는 의식을 만들지 않았으며, 물론 책례도 거행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당시 숙의를 맞이하면서 거행하였던 의식은 「淑儀別宮獨牢宴儀」, 「淑儀大殿朝見禮儀」, 「淑儀朝見禮儀(大王大妃殿 中宮殿)」 등 세 가지였다.
  • 한편, 영조대에 이르러 숙의의 가례는 <<國婚定例>>에 수록된다. 여기에는 ‘聘財’, ‘獨牢宴’, ‘朝見禮’, ‘衣服’, ‘乳母壹人’, ‘騎婢六人所着’, ‘步婢二人所着’, ‘器皿’, ‘獨牢宴所用’, ‘別宮器皿’, ‘嘉禮時輸送’, ‘內需司輸送’, ‘獨牢宴排設’ 등의 항목을 두어 소용되는 각종 물품들을 기록하였다.<<국혼정례>>는 의례에 관한 전체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종 예식에 소용되는 물품을 수록한 것이지만 여기에 숙의의 가례가 포함된 것은 후궁의 가례가 왕실 의례로 자리를 잡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영조의 염려와 어제를 통해서 드러나듯이 후궁은 왕실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존재라는 인식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 이욱, <조선후기 후궁 가례의 절차와 변천- 경빈 김씨 가례를 중심으로->, <<장서각>>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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